MEMORIES

[DUGOUT Monthly]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동업자 정신

  • dugout***
  • 2019.10.08 17:35
  • 조회수 1,224


박동원.jpg

 

야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 한 명의 실력이 팀 전체 성적에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 흔히 ‘몰빵 배구’나 ‘몰빵 농구’라고 부르는 뛰어난 선수에게 득점 기회를 최대화하는 전술이 야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냉수를 담아놓은 그릇 위에 먹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물이 검어지듯, 개인의 잘못된 행동은 쉽게 퍼지기 마련이다. 결국 선수 개인만을 생각한 행동은 동업자 정신을 위반한 이기적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디터 최홍서 사진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

 

#내 성적만 좋으면 그만?

 

올 시즌 타격 메커니즘에 변화를 준 박동원은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비록 이지영과 경기 수를 분배해 출장 중이기에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리그 전체 포수 중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자신의 성적만 신경 쓰고 동업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의 타격폼은 많은 포수에게 위협이 됐다. 아마추어 때부터 헛스윙 뒤 뒷발이 무너져 방망이가 몸 뒤까지 돌아가는 문제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큰 논란이 되지 않았으나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타격하기 시작한 올해부터 본격적인 문제로 불거졌다. 박세혁, 정범모, 나종덕, 이재원, 이성우, 장성우 등의 포수들이 수비 도중 박동원의 방망이에 맞았다. 이 중 장성우는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성우는 팔뚝에 방망이를 맞아 타박상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여기에 박동원이 특별히 타격폼을 수정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더욱 논란이 됐다. 물론 타격폼을 고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그의 스윙에 대해 “저도 선수도 상대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며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노력하고 있지만 고치기가 정말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승엽 해설위원은 지난 8월 23일 키움의 경기를 해설하던 도중 박동원의 타석 때 “현역 시절 포수 쪽에서 투수 쪽으로 타격 위치를 고치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타격 위치가 1cm 정도만 바뀌어도 매우 큰 차이점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시즌 중 타격폼을 고치기 힘들다’는 변명이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남에게 위해를 가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스윙폼을 바꿔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계속 저러면 남들은 다치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나 편하자고 저러면 안 되는 것”이라며 태도를 지적했다. 결국 박동원도 8월 16일 경기에서부터는 평소보다 한두 발 정도 앞서나가 타격하며 뒤늦게나마 조치했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모습을 보인 것은 비단 스윙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8월 1일 경기에서는 삼진을 당한 후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큰소리로 욕설을 하다가 퇴장당했고, 이후 분을 참지 못해 정수기를 걷어차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키움은 5회까지만 해도 3점 차 리드를 하고 있었으나 그의 퇴장 이후 11대 5로 완패하고 말았다. 본인에게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나름의 항의였을 테지만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간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올해는 분명 박동원 본인에게 있어 타격의 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시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성적에만 신경 쓰는 듯한 이기적인 모습으로 인해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말았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있어 평가의 기준은 성적뿐만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사생활, 정말 개인만의 문제인가?

 

박동원이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 물의를 일으켰다면, 류제국은 경기 외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7월 말부터 자신과 5년간 만나왔던 내연녀가 SNS를 통해 폭로전을 벌이며 불륜이나 불법 도박 등의 사생활적인 내용부터 선수들을 비난했다는 이야기까지 수많은 논란이 퍼져나갔다.

 

올 시즌 류제국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작년까지 토종 우완 에이스로 활약한 임찬규가 부진해 4, 5선발이 불안한 상황에서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 5월 18일부터 6월 말까지 일곱 경기에 출장해 3.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비슷한 시기 이우찬도 선발진에 안착함으로써 LG는 안정적인 5선발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비록 골반 통증으로 7월 한 달을 통째로 날렸지만 복귀전이었던 7월 31일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다시 선발진에 합류하나 싶었다. 마침 이우찬이 부진해 4선발이 다시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의 부활이 팀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SNS 폭로전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8월에 출장한 세 경기 동안 12이닝 18피안타 2피홈런 8볼넷 13실점 평균자책점 9.75로 부진했다. 결국 그는 8월 21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공식적인 은퇴 사유는 좋지 않은 몸 상태였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KBO는 류제국에 대한 SNS 폭로 내용 중 일부가 규약에 위반된다며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그의 사생활 폭로전이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음을 의미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류제국은 자신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SNS 게시글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로 인해 상처를 입은 것은 구단과 팀 선수들, 그리고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몇 년 전 주장도 맡은 바 있는 어엿한 베테랑 선수였다. 베테랑은 선수단의 구심점이 돼 후배들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선수단과 코치진 간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베테랑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 소속팀이 입는 타격은 배가 된다. 그리고 류제국은 베테랑이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모습으로 우승을 목표로 함께 노력하는 동업자들에게 폐를 끼쳤다.

 

강민호.jpg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다

 

동업자 정신의 결여는 다른 선수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플레이 또한 그라운드 위의 동료를 모독하는 것이다. 물론 일개 팬이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는지를 알 도리는 없다. 그러나 얼마 전 강민호가 보여줬던 모습은 누가 봐도 그가 해당 경기에 전혀 집중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9월 3일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삼성이 3대 1로 앞선 5회 초 2사 1, 2루 상황에서, 2루 주자였던 강민호가 인플레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스에서 한참 떨어진 채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신본기와 잡담을 나눴다. 이를 포착한 투수 김건국이 2루에 견제구를 던졌고 그는 황급히 귀루했으나 2루수에게 태그아웃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경기는 삼성이 9회 초 재역전을 거두며 승리했다. 그러나 강민호는 ‘안일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잘못된 플레이였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는 사건이 벌어진 이틀 뒤 “경기장 안에서의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야구 선수로서, 프로 선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 주십시오. 부디, 현재 상황에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각심을 가져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민호 또한 이후 인터뷰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프로 야구인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 그날 경기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성숙한 플레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안일한 플레이에 대해 반성했다.

 

#팬들을 잡기 위한 마음가짐

 

야구는 팬 스포츠다.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는 것에는 아무런 생산성도 없다. 팬들의 사랑이 존재하기에 기업에서 야구단에 투자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프로 스포츠’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팬들의 사랑이 없는 프로야구는 그저 공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선수들이 동업자 정신을 망각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는 것은 팬들의 불타는 사랑을 짜게 식게끔 할 것이다.

 

결국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KBO리그를 위해서라도 눈앞의 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동업자 정신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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